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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런 생각 저런 생각/영화평론

영화평론 터널 (상)

터널은 세월호가 아니다... 영화 터널

‘터널’은 개봉 전부터 많은 화제가 되었던 영화다. 이 영화를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아마도 감독은 세월호를 염두 해 두고 이 영화를 기획했을 거라 여겨진다. 거의 2년 반가량의 시간이 훌쩍 지나버린 사건이지만, 아직도 우리에게는 아픈 상처로 남아 있다.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들과 깊이 얽혀 있는 관계로, 세월호를 직접 소재로 한 영화를, 현 정권 내에서 만들어 내기에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비슷한 소재로 영상에 담아낸 시도만큼은, 높이 평가해 주고 싶은 영화다.

 영화 ‘터널’의 전체적인 완성도는 꽤 높은 수준이다. 단 이 영화가 일반적인 재난영화였을 때 해당되는 얘기다. 탄탄한 플롯과 다양한 인물 군상들, 그리고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병폐적 문제들까지, 고스란히 작품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게다가 연기자들의 연기 또한 매우 훌륭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세월호를 대신해서 만들어진 영화라면 상황은 다소 달라진다. ‘터널’은 세월호와 많이 닮았지만, 많이 닮지 않았다. 말이 모순되기는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난 후, 느낀바가 그러하다.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중적인 모습을 취하고 있다. 세월호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이, 영화 ‘터널’에는 없다는 얘기다. 도저히 벗어날 수 없다는 공간적 상황과 재난에 대처해 나가는 안일한 모습들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만, 이것은 그동안 우리사회가 보여줬던, 재난 사건의 보편적 모습이지 세월호만이 갖고 있는 차별된 모습은 아니다. 단 하나, 이 사회가 나를 재난에서 구원해 줄 거란, 하정우의 헛되고 어리석은 믿음만큼은 세월호와 가장 일치 되는 부분이다. 어쩌면 이 영화는 세월호 보다는 1995년에 일어났던 삼풍백화점 사건과 태생적으로나 결과적으로나 더 흡사하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영화의 주 소비층인 20대 전후 세대의 경우, 20년 전 삼풍 사건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거라 여겨진다. 3,40대 역시, 오래 전 기억보다는, 가장 최근 있었던 비슷한 기억을 떠올렸을 확률이 높다. 이러한 현상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결국 이러한 이유로, 영화 ‘터널’은 세월호와는 상당히 다른 접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부지리로 가장 큰 혜택을 입었다. 지금도 세월호를 대변하고 하고 있다는, 허울 좋은 영예를 한 몸에 받은 채, 승승장구 하고 있는 중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시도만으로도 충분히 높게 평가해줄 수 있는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세월호가 보여줬던 우리 사회의 참혹한 현실들을 다 배제한 채,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자세만 취하고 있다는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한마디로 이 영화에서는 도전 정신이 결여 되어 있다. 영화 ‘터널’은 세월호를 그대로 옮겨 온, 사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에 있어서는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었다. 어차피 허구를 전제로 시작 된 영화라면, 픽션이라는 제약 없는 공간 내에서 할 말은 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끝까지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 어느 한 쪽이라도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지극히 보편적인 것들만 나열해 나가고 있다.

2년이 훨씬 더 지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왜 그토록 세월호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일까? 왜 아직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왜 지금까지도 아파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세월호가 대한민국에서 있었던 기존에 다른 재난 사건들과는 엄연히 다른, 세월호만의 차별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는 대한민국의 안전 불감증이 일으킨 재난 사고가 아니다. 물론 배가 침몰하기 직전까지는 여타 다른 재난사고들과 똑같이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된 사건이다. 하지만 침몰해 가는 과정에서, 충분히 많은 수의 인원들을 살려 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구해내려 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안전 불감증이 일으킨 비극이라기보다는, 이 사회의 책임 의식 결여에서 비롯된 비극이다.

또한 각종 언론에 보도 된 내용 역시 거짓 된 것들이 많았다. 관계자들은 사실을 은폐하고 숨기기에만 급급했다. 그 사이 세월호에 갇혀 있던 수많은 인명들과 그걸 바라보던 전 국민들은 절망을 끌어안아야만 했다. 대한민국이 희망조차 없는 사회란 걸 보여준, 건국 이래 가장 큰 비극적인 사건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영화 ‘터널’은 이 중요한 요소들을 제대로 언급하고 있지 않다. 물론 아예 배제하고 간 것은 아니지만, 그저 병렬적 나열에 지나지 않았다. 연출과정이 굉장히 조심스러워보였고, 상당히 비겁해 보였다. 언론의 상업성은 보여줬을지는 몰라도, 언론의 거짓된 얼굴은 영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어떻게 보면 영화 ‘터널’은 주인공 하정우의 사투를 그린 표류영화에 더 가깝다. 이 영화를 보면 산드라 블록 주연의 ‘그래피티’나 톰행크스 주연의 ‘아폴로13’을 더 연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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