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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골프이야기

2016 U. S. WOMEN'S OPEN

2016 U. S. WOMEN'S OPEN

 

올해로 71회째인 U. S. 오픈은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여자골프 최고의 대회이다.

남자 대회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가들은 골프 명인전인 마스터스를,

유럽을 중심으로 한 국가들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진짜 오픈대회라 칭하고 있는, THE OPEN(브리티시 오픈)을 최고의 대회로 여긴다.

반면에 여자 대회는 세계 어느 나라건 U. S. 오픈을 최고 대회로 꼽는다.

U. S. 오픈은 상금규모 면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016년 현재, 보통 한국 투어는 일반 대회가 5억원 ~7억원선, 메이저급 대회가 8억원~12억원선이다.

일본투어 역시 한국대회들과 비슷한 선이고, JAPAN 오픈도 20억원을 넘지 않는다.

미국투어는 일반 대회가 130만달러 ~ 200만달러(한화 약 15억원 ~ 25억원) 이고, 메이저 대회가 260만달러에서 ~350만달러(한화 약 30억 ~ 40억)선이다.

하지만 U. S. OPEN의 경우는 무려 450만달러(한화 52억)에 달한다.

우승상금의 경우도 USGA기준을 따라 18%(일반대회 15%)로 무려 81만달러(한화 약 9억원)나 된다.

U. S. 오픈 우승상금이 우리나라 메이저대회 총상금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쯤 되니 이 대회 우승 한 번으로, 인생 역전도 가능하다.

그래서 여자골프선수라면 누구나가 일생에 꼭 한 번은 우승하기를 바라는 대회가 바로 U. S. 오픈이다.

 

 

 

한국시간 2016년 7월 11일 오전에 U. S. 오픈은 막을 내렸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승자는 세계랭킹 1위 리디아고도 한국랭킹 1위 박성현도 아닌,

미국의 브리트니랭에게 돌아갔다.

리디아고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골퍼다.

각종 최연소 기록을 다 갈아치웠을 뿐만 아니라,

올해도 메이저 1승을 포함한 무려 3승을 기록 중이다.

아이언샷의 정확도는 물론, 그린 주변에서의 숏게임과 퍼팅실력은 절대 지존이다.

박성현은 폭팔적인 장타를 무기로 정확한 아이언을 구사하는 선수다.

그녀가 U. S. 오픈 기간에 무려 325야드를 날리기까지 했다.

325야드라면 남자선수들 중에도 장타자에 속한다.

그녀의 파워풀하고 빠른 스윙 속도에 미국 관계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 두 사람이 U. S. 오픈 파이널 라운드에 1위와 2위로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예상 외의 뜻밖에 결과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라운드 중반까지도 리디아고나 박성현, 둘 중 한사람이 우승할 거라고,

모두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우승은 거의 퇴물급 선수인 브리트니랭이 차지했다.

 

 

 

왜 이런 결과가 생겨난 것일까?

골프에 경우는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내 자신, 그리고 자연과의 싸움이다.

거기에 여러 심리적 요인들이 작용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그날그날 매우 복잡미묘하게 작용을 하기 때문에

아무리 훌륭한 선수라도 4일 내내 잘 칠 수는 없다.

U. S. 오픈같이 난이 높은 코스에선 더욱 그렇다.

그날 전반에 잘 했다고 해서, 후반까지 잘 한다는 보장 또한 없다.

하루 중에도 위기 상황은 꼭 1차례 이상은 찾아온다.

이를 얼마나 잘 극복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그리고 아무리 세계 최정상의 선수라 하여도, 그날 하루 인생경기를 펼치는 선수는 도저히 이길 방법이 없다.

그게 바로 골프다.

이는 과거 골프여제 아니카소렌스탐도 골프황제 타이거우즈에게도 해당되는 얘기다.

그렇기때문에 세계정상급 선수라면, 중요한 시기에 결정정인 한 방이 필요하다.

그래서 인생경기를 펼치는 선수를 압박하고, 상대를 스스로 자멸시켜야 한다.

바로 이러한 카리스마까지 지니고 있어야, 절대 지존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리디아고도 박성현도 뭔가 2%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중요한 시기에 결정적 한 방이 나오지않아,

다 잡은 우승을 코 앞에서 놓쳐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이 시간, 71회 U. S. 오픈에서 우승경쟁을 했던 리디아고와 박성현을 한 번 분석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1. 리디아고

 

 

 

이 선수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선수다.

하지만, 메이저 대회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을 보이고 있다.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들어섰을 때, 역전패를 당한다.

PGA 위먼스 챔피언십에 이어 올해만 벌써 2번째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일까?

최종일 경기에선 티샷이 무너지면서 이런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7번홀까지는 2차타 선두를 내달리며, 우승을 거의 예약해 놓은 거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8번홀에서 첫 보기를 적어내면서,

상황은 급격히 안좋은 쪽으로 돌변하기 시작하다.

8번홀 PAR3홀 티샷이 밀리면서 그린에 올려 놓지 못했다.

결국 어프로치마저도 짧았고 부담스러운 퍼팅을 놓쳐버리게 된다.

그리고 리디아고의 운명을 결정지은 9번홀...

티샷이 왼쪽으로 감겨버리면서 러프로 떨어져 버린다.

PAR5이라 크게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면, 파세이브 하는데 크게 어렵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문제는 페어웨이를 가로지르는 수풀 헤저드.

리디아고가 러프에서 하이브리드로 친 볼은, 관중들의 함성을 자아내게 했다.

소리만 들어도, 그녀가 얼마나 샷을 잘 쳐냈는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날아간 볼이... 지면에 닿는 순간 뒤로 구르면서 수풀속으로 자취를 감춰버린다.

정말 운이 없었다.

이렇게 잘 맞은 타구가 헤저드 속으로 사라져 버리다니...

결국 공을 찾지 못하고, 4번째 샷을 시도 하여 안전한 곳으로 공을 보내게 된다.

5번째 샷을 핀에 붙여 보기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5번째 샷이 너무 길어, 그린 주변 러프로 떨어지게 된다.

스탠스와 라이도 좋지 않아, 더블보기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숏게임의 천재답게 어프로치를 잘 한 결과, 더블보기로 막게 된다.

결국 이 홀에서 순위가 뒤바뀌게 된다.

박성현이 1위, 리디아고가 2위.

문제는 그 다음이다.

번번히 티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나게 된다.

매번 러프에서 세컨샷을 시도하다보니 아이언샷도 좋을리 없다.

아이언샷이 좋지 못하니, 그린 주변 러프나 먼거리 퍼팅을 남겨놓게 된다.

자연스레 퍼팅까지 무너지게 되어, 우승을 헌납하게 된다.

지난번 PGA 위먼스 챔피언십때도 완벽한 경기를 펼치다가 후반으로 오면서,

티샷과 퍼팅이 흔들리는 현상들이 발생을 했다.

결국 버디를 잡아야 할 곳에서 못 잡게 되니까, 전체적인 발란스 마저 난조를 보기게 된다.

그렇다면, 이번 U. S. 오픈에서 가장 큰 문제가 뭐였었을까?

나이가 어려 커리어가 부족했다고 보기엔 그녀가 이뤄놓은 업적이 너무 많다.

가장 큰 원인으로 박성현을 들 수 있다.

리디아고는 장타를 치는 선수가 아니다.

보통 250야드 정도 티샷을 보내는데, 30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자와 한 조에서 경기하는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이 박성현과의 세번째 대결이었는데, 두번째를 제외하고는 그 결과가 좋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첫 대회였던 2015 KEB하나은행 챔피언 십에서도,

두 사람이 우승 경쟁을 하다가, 결국 우승은 렉시톰슨에게 돌아간 적이 있다.

이번 U. S. 오픈 역시 그때의 재현이라고 볼 수 있다.

아무리 내 경기에만 집중한다고 해도, 리디아고에게 박성현은 버거운 존재다.

결국 무의식적으로 티샷에 신경을 쓰게 된다는 얘긴데...

경기 중반 이후, 리디아고의 드라이브샷이 급속도로 난조를 보이게 된다.

버디를 잡기 위해 티샷에 무리를 두면서, 샷이 방향 성을 잃은 걸로 보여진다.

아쉽지만 리디아고의 메이저 최연소 3승은 다음 대회인 브리티시 오픈으로 미뤄지게 되었다.

 

 

 

2. 박성현

 

 

박성현 또한 설명이 필요 없는 선수다.

현재 우리나라 투어에서 4승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고, 무엇보다 올해 비회원 자격으로 출전한 LPGA대회에서 모두 기대 이상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여자골프에서 있어서만큼은 한국 1위가 세계 1위라는 공식을 입증한 셈인데...

이번 대회에서도 들어났지만, 박성현의 유일한 약점이 바로 퍼팅인 듯 싶다.

300야드를 넘나드는 폭발적인 장타와 정교한 아이언샷, 숏게임 또한 좋은 선수이다.

그녀의 스윙을 보면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감탄을 한다.

이번 U. S. 오픈에서도 그녀 주변에 꽤 많은 갤러리들이 운집해 있었고,

그녀의 스윙에 매번 커다란 탄성을 내지를 정도 였다.

만약 박성현이 미국투어에서 뛰게 된다면, 진짜 대형급 골프 스타가 탄생 하게 될 듯 싶다.

여자골프가 남자골프에 비해 인기가 없는게 사실이다.

그래서 LPGA에선 매년 대형 인기스타가 탄생해 주길 바래왔었다.

하지만 아니카소렌스탐도, 박세리도, 미셸위도, 폴라크리머도, 리디아고도, PGA와 맞먹을 정도의 인기몰이에는 실패했다.

여자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성현은 다르다.

이미 여자 골퍼라는 한계를 뛰어 넘은 선수이다.

큰 키, 뛰어난 외모, 남성다운 스타일, 파워풀하고 매우 스피디한 스윙 등

모든 스타적 조건들을 다 갖추고 있다.

박성현이 미국무대로 진출하게 된다면, PGA를 능가하는 인기몰이도 가능한 선수가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쪽에서도 박성현의 미국 진출을 절치부심하며 기다리고 있다.

이번 U. S. 오픈에서도 박성현 중심으로 방송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챔피언조였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박성현이 공동 3위로 밀려난 상황에서도 자국 선수인 브리트니랭보다 박성현을 카메라에 더 많이, 더 디테일하게 담아냈다.

중계 중간중간에는 박성현에 대한 특집 방송도 내보낼 정도였다.

하지만 박성현은 마지막 18번 홀에서 통한의 보기를 범하면서 공동 3위로 대회를 마무리 하게 된다.

너무도 아쉽기만 하다.

18번홀은 꽤 긴 PAR5홀이라 장타자들도 2온이 힘든 홀이다.

그런데 박성현은 드라이버도 아닌 3번우드로 티샷을 하고도, 세컨샷을 220야밖에 안남겨 놓게 된다.

3번 우드로 300야드가 넘는 거리를 친 것이다.

그리고 17도 하이브리드로 날린 세컨샷... 아쉽게도 두껍게 맞으면서, 제거리를 내지 못하고 워터헤저드로 빠지게 된다.

투온만 되었더라도 충분히 이글내지 버디를 잡을 수 있었고,

연장에 들어간다 해도 박성현이 우승을 차지할 확률은 매우 높은 상황이었다.

그녀가 오늘 경기가 잘 안풀렸던 건, 바람에 영향이 매우 컸다.

폭발적인 장타에 이어, 짧은 세컨샷을 남겨놓고도, 핀에 가깝게 붙이지 못했다.

바람에 영향이 컸던 이유다.

결국 다소 부담스러운 거리의 펏을 남겨놓게 되었고, 펏은 번번히 아슬아슬하게 홀을 빗겨 나가게 되었다.

오늘 박성현이 버리를 기록한 홀은 모두 PAR5였다.

300야드가 넘는 티샷을 날리고, 투온에 성공한 뒤, 투펏 버디를 낚은 거였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바람이 거세지는 미국 환경이 최종일 박성현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이번 대회에서 제일 마지막조로 경기한다는 것은 여러 모로 불리한 조건이었다.

그렇다면 박성현이 우승을 놓치게 된게 모두 전적으로 바람때문이었을까?

이번 마지막 라운드에서 박성현의 퍼팅이 정확도를 보이지 못한 건,

바람의 영향보다 심리적 영향이 컸다.

바로 리디아고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퍼팅을 잘하는 선수가 리디아고다.

그런 리디아고와 그린에서의 싸움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공보다 먼 거리에서 버디를 성공시키는 리디아고를 보면서,

심적동요가 분명히 일어났을 거라 여겨진다.

최악의 라운드였던 3라운드보다 퍼팅이 더 좋지 못한 하루였다.

결국 퍼팅이 간발의 차로 슬쩍슬쩍 홀을 외면하게 되면서,

아이언샷에도 영향을 주게 되었을 것이다.

 

 

 

골프 경기에서는 서로 만나면 안되는 선수들이 있다.

바로 리디아고와 박성현 처럼 극명하게 스타일이 다른 선수들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서로를 신경쓰다 둘 다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더 많다.

두 사람이 오늘 한 조가 아니라,

서로 앞 뒤 조에서 경기를 치뤘더라면, 결과는 틀려졌을지도 모른다.

결국,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때와 똑같이, 두 사람이 피터지게 우승경쟁을 하다가,

엉뚱한 사람이 우승컵을 가져가게 되었다.

박성현이 우승자 브리트니랭과 한 조에서 경기를 했더라면,

그녀의 파워풀한 스윙으로, 브리트니랭의 평정심을 무너트릴 수도 있었다.

리디아고가 우승자 브리트니랭과 한 조에서 경기를 했더라도,

그녀의 정교한 숏게임과 퍼팅으로, 브리트니랭을 자멸 시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브리트니랭은 박성현과 리디아고가 없는 조에서, 오늘 하루 최고의 인생경기를 펼쳤다.

브리트니랭에게 71회 U. S. 오픈은 행운 그 자체였다.

 

박성현과 리디아고, 내년 72회 U. S. 오픈을 기대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