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의 헐리웃 버전??? (영화 X맨 - 아포칼립스)
세기의 종말을 다루면서 X맨들의 탄생(?) 비화를 다룬 영화 X맨 - 아포칼립스는 2시간 십여분 동안 흥미진진한 초인들의 무용담을 방대한 스케일로 담아내고 있다. 사실 탄생이라고 말하기에는 다소 좀 무리가 있는 것이, 이 영화를 보면 이미 몇 천년 전부터 돌연변이 초인들은 이미 존재해 왔으며, 영화가 시작되는 시점에도 그들은 세상 이곳저곳에서 초인의 신분을 숨긴 채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 돌연변이 신분에서 영화가 끝날 무렵엔 X맨이란 이름을 부여받고 존재적 신분상승을 했으니, 탄생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것으로 여겨진다. 찝찝할 정도로 기분 나쁜 결말이나 머리가 아플 정도로 복잡하게 꼬인 구조를 싫어하고,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선호하는 관객이라면 매우 만족스럽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그냥 편안하게 X맨들이 보여주는 눈요기거리들만 아무 생각 없이 따라만 가도, 영화 티켓 값이 전혀 아깝지 않은 전형적인 흥미 만점의 헐리웃 영화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해 아무런 기대도 없었다. X맨과 같이 초인을 다룬 히어로 영화를 별로 선호하지도 않을 뿐더러, 장르에 대한 부정적 편견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멍때리다가 나오지 않으면 다행이라 생각했었다. 더더군다나 지금까지 X-맨 시리즈를 단 한 편도 본적 없고, X-맨에 대한 지식 하나 가지고 있지 않은 터라, X맨 - 아포칼립스를 제대로 즐기다 나올 수 있을지 조차 미지수였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X맨 - 아포칼립스는 시리즈 영화이긴 하나 독립적인 구조형태로 스토리를 진행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전편을 보지 않고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다. 그리고 헐리웃 영화 공식을 철저히 따르고 있기 때문에, 개연성에 따르는 구조적 치밀함까지 돋보인다. 영화 초반부 스토리가 다소 늘어지는 경향이 없지않아 있지만, 작품의 구조적 개연성을 맞추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에 충분히 용서될 수 있다.
이 영화의 시작은 기원전 이집트 나일문명을 배경으로 한다. 헐리웃 영화에서 나일문명은 종종 다뤄져 왔던 소재이다. 특히 악마의 부활이나 인류의 기원을 소재로 한 작품에서는 어김없이 등장을 한다. '미이라' 시리즈나 '스타게이트' 시리즈가 그 좋은 예다. 어떻게 보면 X맨 - 아포칼립스는 영화 '미이라'와 많이 닮았다. 절대 악의 캐릭터적 성격이나 스토리적 대립 구조면에서도 매우 흡사하다. 다만 사건을 풀어나가는 주인공들만 다를 뿐이다.
당시 기술로는 도저히 만들어 낼 수 없는 거대한 구조물 피라미드, 아마도 그들은 그곳에서 인류기원에 관한 실마리를 풀어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와 정반대로 절대 악이 등장하는 장소로도 어김없이 사용되고 있다. 아마도 서양인들에게 있어서 이집트메소포타미아 지역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양면적 공간인 듯 싶다. 문자와 종교가 그곳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정체성을 그곳에서 찾는다. 동시에, 현재 그곳은 종교적 이방인들의 땅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악하고 저주스러운 곳이기도 하다. 헐리웃 영화에서 절대악과 종교적 악령들이 자주 출몰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바로 애정과 증오가 함께 공존하는 애증의 공간인 셈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응답하라 1988'이란 드라마가, 80년대 복고 열풍을 불러 일으키며, 화제리에 방영된 적이 있다. 문화적 감성 역시, 세계는 서로 통하는 것일까? 영화 x맨 - 아포칼립스도, 80년대 복고 열풍과 함께, 그 맥락을 같이 한다. 이 영화의 주된 배경은 X맨의 탄생을 시점으로 한 1980년대다. 영화 중간중간에 삽입 된 흥겨운 80년대 올드팝송에 귀를 귀울이고 있노라면, 내가 21세기 최첨단의 SF영화를 보고 있는 건지, 아니면 시대극을 보고 있는 건지, 착각이 들때가 있다. 게다가 주인공들의 의상 컨셉은 물론, CIA요원 모이라의 헤어스타일 역시 80년대에 유행하던 촌스러운 단말머리다. 확실히 영화나 드라마에서, 음악은 강한 마력을 지니고 있는게 틀림 없다. 만국 공통의 언어답게, 음악만 듣고 있어도 옛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만약 '응답하라 1988'에서 80년대 유행가요가 드라마 배경음악으로 깔리지 않았다면, 많은 시청자들로 부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을 것이다. X맨 - 아포칼립스도 마찬가지다. 80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 영화답게, 최대한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서, 올드팝송을 사용했다. 이는 영화의 타킷층을 확장시키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고, 영화 흥행에도 큰 도움이 된다. 오랜만에 올드팝송을 듣는 재미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흥미거리는 거대한 스케일과 함께 주인공들 간에 대립·대결구도라 볼 수 있다. X맨들이 처음에는 모두 같은 팀도 아니었고, 모두 정의의 편에 선 것도 아니었다. 이러한 설정은 오히려 시간에 역행하는 반전(反轉)이다. 영화 스타워즈의 새로운 에피소드에서, 다스베이더가 과거에는 선한 마음을 가진 정의의 제다이였다는 사실로 묘사되는 과정이, 관객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불러일으켰던 것과 비슷한 효과를 불러 올 수 있다. 내가 X맨의 캐릭터 중 가장 좋아하는 인물이, 사실 과거에는 인간들에게 버림 받고, 악의 편에 서는 악당으로 묘사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하다. 이는 결국 동시다발적으로 X맨들간의 맞대결 씬으로 이어지는데, 이 장면은 X맨 - 아포칼립스에서 가장 큰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전 세계 랜드마크가 붕괴되면서 지구 종말로 향해가는 씬은, 현재는 헐리웃 영화이기때문에 연출이 가능한 장면이다. 이런 거대한 스케일로 묘사 되는 장면이 너무 만화적이기는 하지만,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도 아니기 때문에, 그냥 지켜 보는 것 만으로도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한다.
모처럼만에, 영화 X맨 - 아포칼립스 덕분에, 2시간 십여분의 시간을 정말 즐겁게 즐기면서 보낼 수 있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하나는 미국 절대패권주의의 합리화이고, 또 하나는 인류가 어리석게도 스스로 종말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전자는 영화 내용에 대한 아쉬움이고, 후자는 영화메시지가 주는 현 세상에 대한 아쉬움이다. 악의 편에선 X맨들이, 잠시나마 악당의 이름으로 군림했을 때, 무자비하게 인간을 살생하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벌을 받아야 마땅할 만큼의 나쁜 짓을 한 인간들임에는 틀림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죽음으로 그 댓가를 치루게 하는게 과연 옳은 일이었을까? X맨들은 악의 이름으로 살인을 저지르고도, 나중에 마음을 고쳐먹고 정의의 편에만 서면, 다 용서될 수 있는 것일까? 누가 그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일까? 이는 미국의 절대패권주의와 전혀 다를바 없다. 절대패권국은 정의라는 이름으로 전쟁을 일으키고, 그 과정에서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된다. 정의를 위해서 싸워준 것이기에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다. X맨들이 현재는 옳은 일을 위해서 싸운다지만, 그렇다고 과거의 잘못까지 덮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다. 감독의 이러한 연출은 절대패권주의국에 대한 옹호적 연출이며, 인권에 대한 배반적 행위이다. 결국 약자는 선과 악의 싸움에서 언제든 희생되어도 상관없다는 얘기다. 이런 내용이 X맨 - 아포칼립스를 보고 난 뒤, 뒷맛을 개운치 않게 한다. 또 다른 하나는 지금 이시간에도 인간들 스스로가 종말을 향해 간다는 메시지다. 이 영화에서 인간은 종말의 위기로 부터 벋어나자마자, 다시 핵무기를 만드는데 열을 올린다. 이는 인간 스스로가 자멸의 길로 가고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것은 아무도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고 팩트다. 세계종말이 있을 거라는 세기말이 16년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여전히 세계종말을 얘기며 두려워 한다. 마치 자신들 스스로가 자신들 스스로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괜히 씁쓸한 웃음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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