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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런 생각 저런 생각/영화평론

영화평론 날보러와요

대한민국 인권침해의 실체(영화 '날 보러와요')

 (사진 = 오에이엘 제공)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 된 영화 '날 보러와요'는 개봉전부터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모 TV방송 프로그램에서도 다루어졌던 내용이고, 지금 이시간에도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일어 날 수 있는, 사건의 피해자 역시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더 충격이 컸던것 또한 사실이다. 법적 가족의 동의와 의사의 소견만 있다면 언제든 누구든 감금될 수 있는 곳이 정신병원이라니, 참으로 실소가 터져나올 수 밖에 없는 일이다.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인권에 있어서만큼은, 그리 보장 받을 수 없는 나라란 건 대충 살면서 느껴온 바지만, 이정도 까지 충격적일 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의료기관이라는 곳이 과연 인간을 치료하기 위해 존재 되는 것이 맞는 것인가? 혹시 멀쩡한 사람들을 자신들의 돈 벌이를 위해서, 그저 도구나 수단으로 이용한 것은 아닌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누구를 믿고 의지해야만 하는가? 한 번 쯤 물음표를 찍고 생각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 영화는 91분의 길지 않은 러닝타임을 제공한다. 그냥 보통 사람들이 몸을 여러 차례 비틀지 않고, 편하게 볼 수 있을 정도의 적절한 시간이다. 이정도의 숏타임 영화는 복잡하게 많은 것을 다룰 필요는 없다. 그저 허락 된 시간 안에 임팩트 있는 연출로 관객들에게 사실그대로를 전달하면 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한국영화에 꼭 빠지지 않는 한 가지 필수요소가 있다.  바로 반전이다. 장르를 불문하고, 마지막에 반전을 꽤하는 영화들이 대다수다. 왜? 꼭 반전을 넣어야 하는 거지!?!?!?!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반전이 들어가야만 완성도 높은 영화가 되는 걸까? 아니면 반전이 없는 영화는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영화에서 반전은 잘 쓰면 약이 되지만, 자칫 잘 못 쓰면 아니 쓴만 못한, 양날검과 같은 요소다. 하지만 현대 한국영화에서는 너무나도 흔하게 반전을 남발하고 있다. 영화 '날 보러 와요'도 예외는 아니다. 충격적 실상을 고발하는 영화에서 왜 막판 반전이 필요했던 것일까? 도대체 어떠한 감동을 심어주기 위해서...? 어머니에 대한 딸의 효심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서? 그녀(강예원)는 가만히 입만 다물고 있었으면 완전 범죄가 되는 상황에서, 왜 PD(이상윤)에게 고백을 한 걸까? 일말의 양심이 남아 있어서? 마지막 강예원의 행동은 반전의 효과를 높이기는 커녕, 영화의 흥미마저 반감시켜 버렸다. 게다가 상영시간이 비교적 짧은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전개감 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충격적 팩트를 다양한 영상으로 보여주기는 커녕, 그냥 단순 에피소드만 나열한 느낌이다. 차라리 PD수첩이나 추적 60분을 보는 것이 더 흥미로웠을 것이다.

영화 '날 보러와요'는 예상했던 것 만큼의 기대치에는 다소 못 미치는 영화였지만, 그래도 현재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바로 현 사회의 폭력성이다. 이 영화에서는 가족이 가족에게, 전문가가 비전문가에게, 기득권층이 비기득권층에게,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폭력을 일삼는다.  때로는 가족을 위한다는 핑계로, 때로는 사회를 위한다는 핑계로, 때로는 국가를 위한다는 핑계로 말이다.

가족의 재산을 빼앗기 위해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는 행위는 물론, 국민의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경찰 신분임에도 힘없는 시민의 말에는 귀를 전혀 귀울여 주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들의 위치에서 해석되는 대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일방적인 방향만을 제시해 준다. 이것 역시 엄연히 폭력에 해당 된다. 오히려 이러한 편견적 폭력이 힘없는 자들에게는 더 큰 데미지를 안겨 줄 수도 있다. PD로 분한 남주 이상윤 또한 예외는 아니다. 자신의 방송복귀에 대한 실질적 이득에만 눈이 멀어, 서슴지 않고 여주 강예원에게 언어적 폭행을 일삼는다. 이런 비인권적인 폭력적 사회 속에서, 누가 힘없는 그녀를 위해 구원의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단 말인가? 그녀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도움의 손길을 뻗으면 뻗을 수록 돌아오는 것은 폭력뿐이란 것을... 그래서 마지막 페이크를 시도했는지도 모른다.

현 우리나라의 의료 폭력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단순히 정신병원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얼마 전, EBS 프로그램에서 약에 남용에 관한 내용의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감기를 치료하기 위해 무려 3가지 이상의 항생제를 쓰고, 약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또 다른 약을 처방하는 나라는 이 지구상에서 대한민국뿐이라 한다. 그리고 조기검진이라는 이유로 고비용의 불필요한 검사까지 남발을 하고 있다. 약에 의한 부작용을 또 다른 약으로 막는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 결국 또 다른 약의 부작용을 또 다른 약으로 막고, 그 또 다른 약의 부작용을 또 다른 약으로 막아 가면서, 끊임없는 의료 폭력을 받고 있다. 내가 모르는 사이, 나는 그 누군가의 돈벌이 수단이 되어, 내 자유와 의지를 상실해 가는 것은 아닌가 싶다.

영화 '날 보러와요'를 통해, 우리나라 정신병원에서 일어나는 인권유린 실태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 볼 수 있었다. 무차별 사회적 폭력에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힘을 가진자가 얼마나 되겠냐마는, 그래도 알고 당하는 것과 모르고 당하는 것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본다. 이런 고발성 영화들이 완성도 높은 내용으로 많이 선보여진다면, 세상은 그래도 변화 될 수 있다고 본다. 대중이 한데 모여 하나의 목소리를 낸다면, 세상의 폭력도 잠재울 수 있는 강인한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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