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의 영화 ‘인랑’은 일본 오키우라 히로유키 감독의 인기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검증 받은 유명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터라, 김지운 감독에게는 많은 부담이 따랐을 것이라 추측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영화 마케팅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매우 유리한 점도 많았다. 그래서 개봉 전부터, 많은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왔다. 문제는, 이러한 관심들이, 실제 영화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냐는 것이다!?!?!?!
외적인 요소들만 놓고 봤을 때는 영화 흥행에 꽤 유리한 요소들이 많았다. 이미 검증 받은 원작 스토리, 게다가 강동원, 정우성, 한효주 등 대한민국 정상급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연출 역시, ‘조용한 가족’, ‘악마를 보았다’, ‘밀정’ 등으로 흥행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아 왔던 김지운 감독이다.
하지만...
영화 자체만을 놓고 봤을 때 꽤 참담하다. 전체적인 완성도도 원작에 비해 현저히 떨어질뿐더러, 영화 보는 내내 지루함이 느껴질 뿐, 전혀 흥미롭지도 않다.
원작을 리메이크하는 작품들은 둘 중 하나다. 최대한 원작과 거의 똑같은 작품을 만들어 내던가, 아니면 감독만의 독특한 해석과 연출력으로 전혀 다른 작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김지운 감독의 영화 ‘인랑’은 이도 저도 아무 것도 아니다. 원작에 대한 충실한 답습도, 감독만의 독특한 재해석이나 연출력도 없다. 그냥 영화 보는 내내, 단순한 장면들의 나열만이 지속될 뿐이다. 액션 총격 장면 역시 산만하고 지루하기 그지없다. 오히려 몰입도를 현저히 떨어트린다.
원작 ‘인랑’은 애니메이션 느와르다. 미래에 대한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겹겹이 쌓여진 복선과 거듭되는 반전, 그러면서 우리는 주인공들에게 연민을 느낀다. 주인공들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매우 닮았기 때문이다. 시대가 만들어 낸 사회적 이데올로기와 그것으로 권력을 누리려는 자들과 그들에 의해 비참한 현실을 살아가는 민초들의 모습을 매우 심도 있게 그리고 있다.
하지만 김지운 감독의 ‘인랑’은 느와르가 아니다. 느와르적인 요소는 철저하게 배제 한 채, 액션과 총격전만이 난무한다. 원작이 시사하는 철학적 내용도 산만한 연출로 인해 크게 반감된다. 침울하고 암울한 분위기 대신, 멋들어진 배우들의 잔인한 격투신만이 연속 될 뿐이다. 아마도 김지운 감독은 르와르 ‘인랑’이 아닌, 헐리우드 ‘인랑’을 꿈꿨는지도 모른다.
영화는 끝내야 할 때를 제대로 알고 제때 끝낼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영화 ‘인랑’은 그것조차 지키지 못했다. 강동원과 김무열간의 총격전이 이 영화 최대의 클라이맥스지만, 그 이후로도 정우성과의 사생결단 격투 장면과 한효주와의 신파 장면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정말 지루하다는 표현 밖에 할 말이 없다. 이 두 장면은 클라이맥스가 끝난 이후에도 약 20여분 정도 더 계속 된다.
영화 ‘인랑’은 한국 영화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집대성한 백과사전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좋은 원작도, 연출력에 따라서 이렇게까지 망가질 수가 있구나...를 세삼 한 번 더 느끼게 해 준 영화였다. 한국영화의 무거운 주제의식과 보여주기 식 나열 그리고 관객을 울리려는 신파적 요소는 21세기에도 쭉 계속해서 현재진행으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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