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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런 생각 저런 생각/뒷담화

칼럼

대한민국 곳곳에 뿌리내려져 있는 이상한 관행

최근 조영남씨의 그림 대작 문제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한 상태다. 일단 사기죄냐? 아니냐?에 가장 큰 초점이 맞춰져 있고, 또 하나, 정말 이러한 행태가 과연 미술계의 관행으로 오랫동안 자행되어 왔느냐는 것이다. 일단 그림을 팔목적으로 전시회를 열고 자신의 그림으로 판매가 되었다면 사기죄가 성립 된다는 얘기다. 아무리 미술계가 오래 전 부터 이것을 관행이라 여겨왔다 하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조영남씨의 그림을 믿고 구매한 것이기 때문에 이는 엄연히 사기죄에 해당 된다. 또 하나, 이러한 대작(代作)이 정말 오래 전부터 미술계의 관행으로 이어져 왔었냐는 얘기다. 이런 얘기를 화두로 꺼낸다면 혀를 차는 분들이 꽤나 많을 거라고 생각 된다. 그동안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남의 창착물을 강탈해 가는 일들이, 이 대한민국 땅덩이 안에서 너무나도 아무렇지도 않게 빈번히 이루어져 왔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미술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좀 더 넓게는 창작이 이루어지는 예술계 모두가 해당되는 문제며, 더 크게 확장시켜 본다면, 대한민국 사회 전반 모두가 이에 해당된다. 미술계는 그나마 그래도 양심있는 분야라 생각된다. 아무리 아이디어를 조영남씨가 제공했다 하더라도 그림을 그린 사람에게 저작권이 있다고 하니까...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표절과 대작이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가 바로 방송극본과 출판업계이다. 방송극본계에 경우는 새끼작가나 문하생들을 두어, 유명작가들이 아예 그들의 아이디어와 기획물들을 자신의 것으로 둔갑시켜버린다. 그것도 모자라 극본 창작 과정 모두를 서브작가에게 전부 떠 넘기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방송타이틀에는 유명작가의 이름만 올라간다. 이름이 알려져 있고 유명하다는 힘을 내세워 창착폭력을 너무나도 쉽게 저지른다. 게다가 이에 따른 합당한 댓가 조차도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표절 또한 심각하다. 드라마가 한류콘텐츠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른 타장르의 창착물들을 불법적으로 갖다 도용해 쓴다. 캐릭터 설정에서부터 맛깔스러운 대사 하나하나까지, 아예 카피 수준으로 갖다 베끼는 작가들도 있다. 더 큰 문제는 대한민국에 있다. 드라마가 한류콘텐츠에 가장 선두 분야라는 이유로, 법적 논쟁이 생겼을 때, 항상 드라마 쪽에 승리의 팔을 들어준다. 이런 문제들이 갈 수록 심각해 지자, 최근에는 유명웹툰으로 부터 원작료를 내고, 정당하게 구매하여 드라마 제작을 하는 경우들이 많이 생겨났다. 이는 참으로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불과 몇 년전만 하더라도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자행되어 오던 대한민국 대중예술계의 관행(?)이었다.

출판계는 더욱 더 심각하다. 유명인들이 내는 책들의 거의 대부분들이 대필작가가 쓴 대리창작물이다. 만약 모 유명인사의 책이 대필작가에 의해 창작 되었다면 이는 누구에게 저작권이 있는 것일까? 미술계를 기준으로 한다면 대필작가에게 있다. 하지만 출판계에서는 다르다. 대필작가에게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 그냥 인건비를 받고 작업을 한 피고용인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이시간에도 대한민국 안에서는 창작도둑질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기사를 올려 줄 테니 자신의 기사를 대신 써달라는 기자들부터, 제자의 논물을 자신의 논문이라고 발표하는 교수에 이르기까지, 소위 힘 있고 이름 있는 사람들의 절도행위가 아주 공공연히 이루어고 있는 나라가 바로 오늘 날의 대한민국인 것이다.

가수 겸 화가 조영남씨로 부터 불거진 창작사기와 저작권 문제는, 오늘 날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지만, 그 결과 또한 뻔하기 때문에 절대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혹여 이번일로 대한민국 예술계가 변화 될 거라는 희망고문은 하지 말아달라는 얘기다. 어차피 힘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짜여진 판에서 힘으로 돌아가는 힘의 세상이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살을 스스로 도려내는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잊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사회의 어두운 행태들은 계속해서 반복되어 질 것이다. 예전에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던 것처럼, 내일 역시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